클라우스 바겐바하, 프라하의 이방인 카프카
클라우스 바겐바하, 『프라하의 이방인 카프카』, 한길사
카프카는 폴락이 이미 자신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하던 대학 시절 이런 편지를 쓴다.
그 모든 젊은이 중에서 나는 사실 너하고만 얘기했었지. 혹 다른 사람들과 얘기했다 해도 그것은 그저 지나가는 말이거나 너 때문이거나 아니면 너를 통해서거나, 너와 관련해서 한 말일 뿐이었어. 너는, 무엇보다도 나를 위한 창(窓)과 같은 존재였지. 내가 골목길을 내다볼 수 있는 창. 그런데 나 혼자서는 밖을 내다볼 수가 없었지……. p.64
※
홀로 외로이 살면서 그러나 이따금 어딘가에 연결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하루의 시간과 날씨, 직업 상태 등등의 변화를 고려하고서도 별문제 없이 기댈 수 있는 어떤 임의의 팔 하나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ㅡ 그에게는 골목을 향한 창이 하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 이르게 되면 그는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으며 단지 피곤에 지친 사람으로서, 하늘과 군중을 향해 눈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창문 난간에 다가선다, 그리고 그는 아무것도 원함이 없이 약간 머리를 뒤로 젖힌 채 있다, 그러면 저 아래에 있는 말들이 그를 마차와 그 마차의 소음 속으로 그리고 그럼으로써 마침내 인간적 융화 속으로 잡아 끄는 것이다. p.73
- 프란츠 카프카, 「골목을 향한 창」, 『오드라덱이 들려주는 이야기』, 문학과지성사
발터 벤야민은...1935년에...이렇게 규정한 적이 있다.
카프카는 지칠 줄 모르고 인간의 몸짓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런데 그것은 언제나 예외 없이 놀라움을 동반한다. 그는 인간의 태도에서 전통적인 버팀목을 제거해버리고 나서 그것을 끝없는 숙고의 대상으로 삼는다. p.78
카프카가 젊은 시절의 결단에 대해 쓴 한 일기는 그것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여러 해 전 언젠가 한 번 나는 슬픔에 잠겨 라우렌치 산의 가파르지 않는 비탈에 앉아 있었다. 나는 내가 인생에 대해 품고 있는 몇 가지 소망을 점검해보았다. 가장 중요하고 마음을 끄는 소망은 생에 대해 어떤 조망을 갖고 싶다는(그리고 ㅡ 필연적으로 결부되어 있는 것이지만 ㅡ 글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생을 그 자연스럽고 쓰라린 영고성쇠를 지니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면서도 동시에 그에 못지않게 또렷이 하나의 허무로, 하나의 꿈으로, 하나의 끝없는 흔들림으로 인식하는 그런 조망을 원했다. 만약 내가 그 소망을 올바르게 바랐더라면 그것은 아마 멋진 소망이었으리라. 이를테면 지나치리만큼 수공 규범에 맞추어 한치도 어긋나지 않게 망치질하여 책상 하나를 짜맞추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소망으로, 다시 말해 그 책상에게는 '그 망치질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망치질은 실제의 망치질이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그럼으로써 망치질이 더욱 대담하고 단호하고 현실적이 되게, 그리고 원한다면 더욱 미친 듯해질 그런 소망으로서 말이다. p.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