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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wakening

케이트 쇼팽, 각성, 열린책들, 2019

 

 

미사를 보는 동안 에드나는 압박감과 현기증에 짓눌렸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제단 위 불빛이 눈앞에서 흔들렸다. 다른 때 같으면 평정심을 되찾으려 애썼겠지만, 지금은 답답한 성당에서 속히 벗어나 탁 트인 바깥 공기를 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에드나는 일어나서 로베르의 발을 넘어가며 어물쩍 사과했다. 파리발 노인이 무슨 일인지 몰라 허둥지둥 일어났지만, 로베르가 퐁텔리에 부인을 따라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도로 자리에 앉았다. 노인은 검은 복장의 여인에게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그 여인은 노인을 쳐다보거나 노인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벨벳 기도서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현기증이 나서 쓰러질 뻔했어요." 에드나가 말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머리에 올려 밀짚모자를 이마 위로 젖혔다. "미사가 끝날 때까지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두 사람은 성당 밖으로 나와 그늘에 있었다. 로베르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미사가 끝날 때까지 있는 건 물론이고 애초에 미사에 참석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이었어요. 앙투안 부인의 집으로 가시죠. 그 집이라면 좀 쉴 수 있을 겁니다." 로베르는 줄곧 걱정스러운 얼굴로 에드나의 얼굴을 살피면서 그녀의 팔을 잡고 길을 안내했다.

 

얼마나 고즈넉하던지! 들리는 소리라고는 바닷물이 고인 웅덩이에서 자란 갈대숲 사이로 속삭이는 파도 소리뿐이었다. 오렌지 나무 사이로 폭풍우에 시달린 자그마한 회색 집들이 평화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에드나는 나지막하고 한가한 이 섬에선 하루 하루가 늘 주일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발길을 멈추고 바다에 떠다니는 표류물로 만든 들쭉날쭉한 울타리에 기대어 물을 청했다. 온화해 보이는 젊은 아카디아 여인이 물탱크에서 물을 긷고 있었다. 그 물탱크란 그저 땅속에 가라앉은 녹슨 부표에 불과한 것으로 한쪽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젊은 여인이 양철통에 담아 건네준 물은 시원하지 않았지만 달아오른 얼굴을 식혀 주어 에드나는 다시 기운을 차렸다.

 

마을 맨 끝에 앙투안 부인의 오두막이 있었다. 부인은 햇볕을 받으려고 문을 활짝 열어젖히듯, 넉넉한 시골 인심으로 두 사람을 반겨 주었다. 뚱뚱한 체구라 마루를 오갈 때면 몸이 무겁고 힘들어 보였다. 부인은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같이 온 부인이 몸이 안 좋아 좀 쉬고 싶어 한다는 로베르의 말에 정성껏 에드나가 편히 쉴 수 있게 해주었다.

 

온 집 안이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커다란 사각기둥 침대에 눈처럼 하얀 시트가 덮여 있어 누구든지 그 위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침대는 작은 옆방에 놓여 있었는데, 그 방에서는 헛간으로 이어지는 좁은 잔디밭이 보였다. 헛간에는 망가진 배 한척이 뒤집힌 채로 놓여 있었다.

 

앙투안 부인은 미사를 드리러 가지 않았다. 아들 토니는 미사에 가고 없었지만, 부인은 토니가 곧 돌아올 테니 로베르에게 앉아서 그를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로베르는 문밖에 나가 담배를 피웠다. 앙투안 부인은 앞쪽 큰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부인은 시뻘건 숯불이 담긴 커다란 화로에 숭어를 끓였다.

 

작은 방에 혼자 남은 에드나는 옷을 느슨하게 풀고 겉옷을 벗었다. 창문 사이에 놓인 세면대에서 얼굴과 목, 팔을 씻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는 높은 하얀 침대 중앙에 큰대자로 누웠다. 시트와 매트리스에서 향긋한 시골 월계수 향기가 솔솔 풍기는, 독특하고 진기한 침대에 누워 이렇게 쉴 수 있다니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가? 통증이 조금 느껴지는 튼튼한 팔다리를 쭉 뻗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잠시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통통한 두 팔을 똑바로 들어 바라보다 자세히 살피며 한 팔씩 손으로 쓰다듬었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섬세하고 탄탄한 살결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런 다음 양손을 머리 뒤에 깍지 낀 채 잠이 들어 버렸다.

 

처음에는 설핏 얕은 잠이 들어 비몽사몽 졸면서도 주변 일에 신경이 쓰였다. 앙투안 부인이 모래 묻은 바닥 위로 무거운 몸을 이끌며 걷는 소리가 들렸다. 닭 몇 마리가 창밖 잔디밭 속의 자갈을 꼬꼬댁거리며 쪼는 소리도 들렸다. 나중에는 헛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로베르와 토니의 목소리도 희미하게 들렸다. 에드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졸린 눈 위에서 마비된 듯 무거운 눈꺼풀이 계속 아래로 쳐졌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카디아인 특유의 느릿느릿한 토니의 목소리와 감미로운 프랑스어를 빨리 유창하게 구사하는 로베르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에드나는 면전에서 직접 말하지 않으면 프랑스어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 지금도 두 사람의 대화는그저 그녀의 감각을 둔하게 만들어 잠을 부르는 아련한 목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에드나는 자신이 오랫동안 푹 잤음을 깨달았다. 헛간에서 들리던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옆방에서 나던 앙투안 부인의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닭들조차 어디 다른 데로 가서 부리질을 하고 꼬꼬댁거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느새 침대에는 모기장이 드리워져 있었다. 에드나가 자는 동안 그 늙은 부인이 들어와서 모기장을 친 모양이었다. 에드나는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 커튼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다. 비스듬한 햇살을 보니 늦은 오후가 된 것 같았다. 로베르는 뒤집힌 배의 비스듬한 용골에 등을 기댄 채 헛간 아래 그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있던 토니는 보이지 않았다. 에드나는 이 섬에 같이 온 다른 일행들 이 어찌 되었는지 궁금했다. 창문 사이에 놓인 자그마한 세면대에서 씻는 동안 두세 번 로베르의 모습을 슬쩍 보았다.

 

앙투안 부인은 좀 거칠지만 깨끗한 타월 몇 장을 의자 위에 걸쳐 놓고, 손 닿는 곳에 분첩도 한 통 가져다 놓았다. 에드나는 세면대 위 벽에 걸린 조금 일그러진 거울을 자세히 보면서 코와 뺨에 분을 살짝 발랐다.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두 눈은 초롱초롱하고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에드나는 화장을 마치고 나서 옆방으로 갔다. 배가 몹시 고팠던 것이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벽에 붙인 식탁에 식탁보가 덮여 있었다. 식탁보를 들추니 바싹 구운 갈색 빵과 와인 한 병이 놓여 있었다. 에드나는 그 빵을 뜯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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