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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적은육지/Herve Guubert

제발 그렇게 되지 않게 해달라고

p.227~229

 

 

나는 그 아이들을 내 육신 이상으로, 비록 사실이 아니더라도 내 육신을 통해 낳은 아이들처럼, 피를 나눈 것 이상으로 사랑했다. 어쩌면 HIV로 인해 그들의 피 속에 내 자리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음울한 의미로서 피를 나누었다는 것이, 피로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 비록 나는 제발 그렇게 되지 않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고, 그들과 나 사이에 어떤 접점도 없도록 나의 피를 그들의 피로부터 분리시켜달라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웠지만,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이 그들을 나의 절망 속 가시적인 피의 바다에 빠뜨리고 있었다.

...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아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내가 죽은 뒤에도 그 아이들이 오래도록 살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매일 저녁 미사를 드리러 가는 나의 고모할머니 루이즈에게 기도해달라고 부탁한다. 현재 나를 추동하는 것은 오로지 아이들을 기쁘게 해줄 장난감을 찾아다니는 것뿐이다.

...

 

지금으로서는, 나는 접근의 열쇠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외려 우회로나 거짓말이나 가식이 될 수도 있는 다양한 자신의 이미지와 함께 무덤 정비를 준비하는 파라오처럼, 주위에 그림들과 새로운 물건들을 쌓아가는 편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