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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적은육지/詩의 理解

샤를 보들레르, 빅토르 위고

시의 이해, 민음사, 1983

 

 

그가 문학 방면에서 진정으로 전재권을 행사하던 시기에 나는 에두아르 우르리악과 함께 몇 번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나에게는 그가 논박할 여지 없이 확고한 몇몇 금언들로 이루어진 요약된 지혜에 근거하고 있으며, 매우 온화하고 매우 유능하며 항상 자신을 조정할 줄 아는 인물로 보여졌다. 벌써 오래 전부터 그는 그의 책에서뿐만 아니라 개인 생활의 장식에서도 과거의 기념물들이나 화려한 가구들, 자기, 판화, 그밖의 옛 생활의 모든 찬란하고 신비한 장식품에 대한 대단한 취미를 보여왔다. 이런 세부를 소홀히하는 비평가가 있다면, 그는 진정한 비평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형예술에 의해 표현된 미와 때로는 괴상함에조차도 흥미를 느끼는 이같은 취미는 빅토르 위고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 기질을 확인시켜 주고, 또 문학에 관한 그의 혁명적인, 아니 차라리 개혁적이 학설을 확인시켜 줄 뿐만 아니라, 그것이 포괄적인 시적 기질에 필수불가결의 보조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금욕주의에 열중했던 파스칼이 몇개의 밀짚 의자 이외에는 네 벽에 아무 장식도 없는 방에서 살기를 고집했던 것이나, 생 로슈 사원의 어느 신부가 모든 자신의 가구를 파리의 경매소에 보냈던 일은 훌륭하고 아름답고 위대한 일이다. 그러나 가난에 찌들리지 않으면서도 눈에 기쁨을 주고 상상력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소홀히하는 문인이 있다면, 나는 그를 형편없다고 까지는 말하지 않더라도, 매우 불완전한 문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p.214